
임민식 선생님
1년 간 폭력 심의만 27건일 만큼 살벌했던 대구산격중학교에 2013년도 부임한 임민식 선생님은, ‘무박캠프’, ‘극단 반창고’, ‘학폭 종소리’ 등의 오랜 노력으로 학교를 2020년 이후 학폭 건수가 단 1건도 없는 모범학교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올해는 학폭 예방을 위한 청소년 센터인 ‘빛나는너(https://shiningyou.co.kr)’를 개소해 대구 지역 학교들을 다니며 ‘공감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민식 멘토‘s Story
닮은꼴로 치자면, 마동석 배우? 주호민 작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법한 범상찮은 외모에 다부진 몸, 쿨하게 밀어버린 헤어스타일, 번쩍이는 금빛 목걸이와 팔찌, 거기에 터프한 대구 사투리까지 장착한 임민식 선생님은 누가 봐도 학생들이 피해 다닐 법한 ‘학생 주임’ 선생님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대반전입니다. 학생들은 등굣길에 선생님을 보면 활짝 웃으며 손을 높이 들어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선생님과 함께 공연도 하고,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합니다. 어딘가 언밸런스 하지만 흐뭇한 모습이 되기까지 선생님의 숨은 노력이 있습니다. “일부러 잠바를 입고, 목걸이랑 팔찌도 하고 다녀요. 거친 아이들은 ‘선생님 우리 과네~’ 싶어야 조금 대화를 하거든요.” 그랬습니다. 학폭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산격중학교를 3년 연속 교육부장관상에, 학폭제로 학교로 만든 노력에는 타고난 외모와 스타일링이 한몫 했던 것입니다.
학교 폭력을 멈추게 한 선생님의 방법은 외모만큼이나 독특합니다. 자기 교실 안에서 밤새 게임하고 먹으며 캠핑을 하는 ‘무박캠프’, 학교 부적응 학생들로 구성한 극단 ‘반창고’의 나를 찾아가는 공연 활동, 학폭 예방 내용이 담긴 노래를 제작해 만든 ‘수업 종소리’까지. 선생님은 하루 24시간, 무얼 하고 무얼 보든 학폭으로 망가진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살릴 방법만 궁리합니다. 학생들 곁에서 좋은 어른이자 안내자가 되어야 어긋났던 삶의 방식이 바뀌고, 그렇게 변화된 마음에 결국 복음도 들어가기라 믿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올해부터 학교 현장을 잠시 떠나 학폭 예방교육 센터를 시작했습니다. 학기 초마다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팀 활동을 하며 마음을 여는 ‘공감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입소문을 타더니 대구 지역 여러 학교들의 초청을 받게 된 것입니다. 프로젝트와 학교 업무를 병행하기 어렵게 되자 선생님은 기도로 고민하다가 학교를 잠시 내려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곳 이름을 ‘빛나는 너’라고 지었죠. 아이들 모두 보석처럼 빛나는 존재이고, 언젠가 자기가 가진 빛으로 다른 누군가를 살리게 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리슨! 멘토's lesson
여러분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에요. 지금 모습이 여러분의 전부가 아니죠. 그러니까 절대로 아무것도 포기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삶도, 미래도, 희망도 포기하거나 놓아버리지 마세요. 저는 ‘난 어차피 안 돼’ 하면서 자신을 놓아버리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저 역시 그리 희망적인 학창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어요. 제가 학교 폭력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제가 중학교 때 그런 일을 당했기 때문이고, 고등학교 때에는 공부 대신 기술을 가르치던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납땜을 배우며 앞으로 이런 일을 하는 어른이 될 거라 생각했죠. 고작 청소년 때인데, 그때의 모습만으로 미래를 정해버렸던 거예요. 그런데 보세요. 저는 지금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고, 저와 같이 힘겨웠던 학생들을 돕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며 살고 있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미래로 하나님이 이끄신 거죠.
어떻게 그렇게 되었냐고요? 저는 힘들었던 순간, 암울했던 순간에도 늘 하나님을 의지했어요. 가족이 지낼 곳이 없어 교회 한 켠의 작은 방에서 생활할 때에도 현실을 불평하기보다 언제든지 기도할 수 있는 예배당 곁에 있는 것에 감사했어요. 힘들 때면 늘 강대상 근처에서 제 마음을 털어놓고 기도했죠. 고등학교 때 납땜을 배우면서도 “하나님, 저는 나중에 이 기술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하고 기도했고요.
제가 비전을 받고 생각지도 못한 길을 걷게 된 것처럼, 여러분의 상처와 고통과 아픔도 하나님께서 나중에 어떻게 쓰실지 몰라요. 하나님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비록 지금은 잘하는 게 없고 못난 것 같아도 그분의 계획을 믿으세요. 그렇게 살다 보면 나중에 알게 될 거예요. ‘하나님의 은혜가 내 삶에 늘 있었구나’ 하고요.
멘토‘s 인생 말씀 _____
… 세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 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이르되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
(요한복음 21:15-17)
요한복음 21:15-17절은 저에게 교사라는 꿈이 생길 즈음에 주신 말씀이에요. ‘내 양을 먹이라’는 말씀을 받았을 때,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목자처럼 돌보는 교사가 되라고 하시는구나’ 생각했죠. 그때 제가 상상했던 교사의 모습은,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모습보다는 대안학교에서 마음이 힘든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생각지도 않게 일반 학교로 저를 보내셨죠.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대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을 때도, 그만 두고 싶을 때도, 방향을 돌리고 싶을 때도 많았죠. ‘왜 나에게 이런 학생들을 보내셨냐’고, ‘그만 하면 안 되겠냐’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물으시더라고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요. 제가 “네,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하면, 늘 “내 양을 먹이라”는 첫 사명을 떠올리게 해 주셨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네 양’이 아니라 ‘내 양’을 먹이라는 말씀이지 뭐예요! 제가 맡은 친구들은 저의 양이 아니라 하나님의 양들이고, 저는 단지 종처럼 그분이 시킨 일을 하는 것일 뿐이었던 거죠. 그때부터 제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학교 폭력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따스함을 전해 주면서 제 힘으로 애쓰기보다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에 충실하기로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잠시 내려놓았지만 <공감 프로젝트>로 더 많은 아이들을 찾아가게 하신 것도 하나님이시니, 저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실 거라 믿어요.
취재 | 한경진 기자, 사진 | 정화영 기자, 임민식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