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라면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상담에 관해 관심이 많다. 아니, ‘상담’이란 단어를 들을 때 마다 가슴속에서 뭔가가 꿈틀 하는 것을 느낀다. 사실 어떤 목회자인들 ‘상담’에 관심이 없겠는가! 목회자들은 자주 상담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꼭 목회자 뿐 아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삶의 현장에서 상담의 상황을 경험한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거의 매 학기 상담 수업을 한 과목씩 수강하였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좀 더 잘 학문적으로, 지식적으로 준비되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더 효과적으로 위로하고, 이끌어 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기 때문이다.
‘기도하면 됩니다,’ ‘하나님의 뜻은 늘 우리의 생각보다 깊고, 넓고, 위대합니다,’ ‘그 분은 분명 그 분의 뜻과 섭리 가운데 일하십니다.’라는 말들로는 뭔가 부족한 상담의 경우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답은 성경에 다 있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데에 있지만 위기와 트라우마에 처해 있는 자들에게는 그 전에 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 닫았기 때문이었다.
‘트라우마 상담법(원제는 ’위기와 트라우마 상담의 새로운 가이드)!’ 왜 좀 더 이 책을 빨리 만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스쳐갔다. 상담의 상당부분은 바로 ‘위기와 트라우마’와 관계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미 큰 문제와 위기에 봉착 한 이들, 그리고 거기서 더 진행되어 이미 마음과 생각에 큰 상처를 입어버린 자들을 돕는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 정말 실제적이라는 데 있다. 이 책은 제목에 걸맞은 충실한 ‘가이드’이다. 저자는 수십 년간의 자기 경험과 높은 학문적 배경, 그리고 말씀에 대한 신실함을 바탕으로 이 책을 완성하였다. 그냥 이론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 책을 따라 적용해 나가면 위기와 트라우마에 대해 상담할 수 있도록 좋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먼저 최고의 위기와 트라우마 상담가는 예수님이라는 이야기로 책을 풀어간다. 예수님의 경청, 예수님의 연민, 그 분의 생명 주시기까지의 사랑... 그 분은 실로 우리가 따라가야 할 완벽한 상담가이시고, 그 분의 사역이야 말로 최고의 상담 가이드라인임에는 이견이 없다.
저자는, 뿐만 아니라, 내담자의 언어로 경청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놀라운 개념이 아닐 수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내담자를 더 잘 돕기 위해서이다. 저자의 목적도 그와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그는 자신이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듣는 것이 아니고, 내담자를 지도하려는 목적에서 듣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내담자와 하나 되고, 내담자와의 온전한 라포 형성을 위해서 ‘경청’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의 경청은 나의 경청과 차원이 달랐다. 그는 내담자의 언어만을 경청하지 않고, 내담자의 심리, 손짓, 표정 등 비언어적 부분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이 경청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내담자와 동일한 언어를 구사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알게 되어 참으로 유익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상실이 그렇게 다양한 측면과 국면을 가지고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는 상실, 위기, 그리고 트라우마를 점차적으로 다루면서 독자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는데, 이 또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도표와 심상치 않은 그림(가령, 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트라우마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이고 설명인데, 아주 신선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고, 그의 이론과 상담기법에 더욱 신뢰를 보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 책은 실질적인 상담사례와 구체적인 상담 예들을 상세하게 보여 주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은 시간을 많이 내어 연구 할 수 없는 목회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와 도움, 그리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특별히, 자살에 관한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데 적지 않은 기회에 충격적인 자살 소식을 접하는 요즘 같은 때에 비슷한 위기와 트라우마를 통해 고통받는 성도들을 도울 수 있는 아주 귀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덮으면서, 마음 한편이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이 답답하기도 하다. 시원한 것은 일평생 두고두고 읽고, 참고할 수 있는 위기와 트라우마 상담에 대한 완벽한 가이드북을 발견했기 때문이고, 이 책이 상당히 자세하고 유익하게 그러한 이슈들을 잘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마음 한편이 답답한 것은 더욱 더 상담에 대해 배우고 준비되고자 하는 열정을 또한 이 책이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거룩한 부담감과 즐거운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귀한 기회였다. 뿐만 아니라, 지금껏 이 책의 내용들도 까마득히 모르면서 상담에 임했던 나 자신에 대한 답답함이기도 했다. 그 만큼 이 책은 높은 정보성과 폭 넓은 실용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책이다. 목회자라면, 그리고 교회의 리더라면 누구나 꼭 읽고, 또 읽어서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그러한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다.
이제 시대는 바야흐로 점점 더 다양하고 심각한 위기와 트라우마에 노출되고 있는 시대이다. 위기와 트라우마에 대해 더욱 잘 알고, 잘 준비되어 큰 위기와 상처 가운데 있는 자들을 위로하고, 다시 세워야 할 사명이 우리 모두에게는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 한 권의 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