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의 팔베개

구인유· 아바의 팔베개
많은 분들이 아바의 팔베개를 읽고 자유로울수있기를......
김기자님의 리뷰 · 2012-06-04 오후 3:37:39
"1987년 4월경...
그날 이후 전혀 예상치 못한 거친 바람이 제 삶에 불기 시작했습니다."(본문63쪽)

저자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울"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내게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충분히 공감가는 표현이다. 우울을 예상할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저자의 말처럼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 우리를 찾아온다.

본문속의 저자가 경험한 우울의 증상과 고통들은 나를 비롯해 우울의 시작단계에 있거나 지금 우울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거나 우울을 막 빠져 나온 사람들에게 우리 각자가 혼자서 이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시공간은 다를지라도 어디에선가 함께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갑자기 일어난 거친 파도와 폭풍에 휩싸여 여기저기 깨어지고 부서지는 돛단배처럼 제 삶은 방향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중략)...그날 아침까지도 한주일후, 어떤 사건이 날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영혼을 훔치러 오는 약령이 예리한 칼을 갈고 있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중략)...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처절한 열등감,수치심,외로움,절망감,두려움,불안,초조함..이들이 그때부터 아우성을 치며 제 속에서 세차게 들고 일어났습니다. 그 방문객이 쏟아놓는 "사실들"이라는 소나기를 맞으며 어두운 생각과 느낌들은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제 마음은 손을 쓸 수 없는 쑥밭으로 변질되고 있었습니다...

(중략)...어느 순간부터 평범한 문제들이 엄청난 크기와 무게로 다가왔습니다.저는 점점 작아지고 일상의 평범한 문제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여기서 불거져 나오는 열등감,수치심,절망감들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약해진것도 사실이었고 제 마음을 휘젓는 감정들도 사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진리(truth)"와 실존적 "사실(facts)"을 구분하지 못하던 제게 "사실"은 "진리"와 같은 무게로 다가왔습니다.사실이 곧 진리였습니다."진리"와 "사실"이 하늘과 땅처럼 서로 다른 것임을 깨닫지 못하던 때...이런 사실들이 공격해왔을때 저를 막아줄 방패가 세상에는 없었습니다. 저를 이해하고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절망감이 저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모르고 그 사랑을 알지 못하던 제게 죽음이라는 유혹은 점점 거세게 제 목을 졸랐습니다......아침엔 서른 여섯 거듭되는 죽음의 유혹들, 오후는 스물 네 번 마주치는 핏빛 얼굴, 저녁은 열두번씩 무너지는 영육의 절망에 스스로 칼춤 추는 또 하나 따로 선 나.....(본문 63~65쪽)

저자가 경험한 우울의 증상과 고통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경험했던 것을 누군가가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이 아마도 나와 같은 느낌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우울"이라는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면서,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작은 일들이 산보다도 더 커다랗게 다가왔고 마침내는 그것에 짓눌려 신음하다 결국 "죽음"을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낸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하기에 "마음깊이 숨겨져 있던 온갖 감정들이 들고 일어나고 어두운 생각과 느낌들이 잡초처럼 자라나 마음이 손을 쓸 수없는 쑥밭이 되었다"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은 내게 100%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우울"을 올바로 해석할 수 있게 되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참 사랑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그 사랑을 "위험한 참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하나님을 만나 함께 나눈 대화들은 그가 얼마나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고 사랑했는지, 더불어 하나님은 또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를 보여준다.

"아바 하나님, 가슴 아프지 않으셨어요?
여러 해 동안 제가 죽음만 생각했을 때?

배에서 나면서부터 너는 내게 안겼다.
태에서 나면서부터 너는 내게 품겼다.
너를 지켜보는 내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지 않으냐?

...(중략)...

네가 거짓 이론과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 내게 나아오지 않을 때 
나는 너를 주목하며 고민했다.
앞으로 져야 할 무거운 짐과 멍에를 이 아이가 어떻게 견뎌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거짓을 거짓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네 아비인 나를 알리고 싶었다.
네가 앓았던 혹독한 우울증은 거짓의 가면을 벗기고 내 품으로 너를 끌어당긴 밧줄이었다.

나는 억지로 네 뜻을 굽히거나 조종하는 아비가 아니다.
그래서 내 뜻과 생각을 강요한 적이 없다.
참 사랑을 이루기 위해선 그럴 수 없다.

다만 나는 나를 드러낼 뿐...그리고 부드럽게 가르칠 뿐...
선택은 오직 네게 달렸다. 내 뜻, 아니면 세상의 뜻...

...(중략)...

너를 바로 구해내고 싶어 내 팔을 뻗치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 많았지만
때로는 참아야 했다.큰 사랑 이루기 위해 작은 사랑을 접어야 했다.
오직 절제된 사랑으로 너를 훈련하고 가르쳐야 할 때가 있다.

네가 겪는 고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아무리 괴로울지라도 내 팔을 아껴야 했고
네 스스로 몸부림치며 내게 달려오는 때를 침묵하며 가만이 기다려야 했다.
그때가 바로 네 영혼 보호막이 찢어지고 갈라져서 네가 몸부림치는 때였다.
그걸 바라보는 내 가슴이 얼마나 아픈지 과연 한치라도 상상할수 있겠느냐?



하나님,여섯 해가 지났어요.견디기 힘들게 아팠어요.무엇을 바라셨어요?

너를 만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황무지에서
짐승이 부르짖는 광야에서 만났다.
너를 호위하고 보호하며 내 눈동자 같이 너를 지켰다.

날아야 할 아기 독수리를 훈련시키는 어미 독수리처럼
어느 날 나는 네 보금자리를 사납게 헐었다.
둥지 위를 어지럽게 날며 너를 위협하였다.
내게 버림받고 둥지에서 쫒겨난 느낌으로
너는 두려워하고 떨고 퍼덕거리며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네가 땅바닥을 치기 전,
나는 급히 아래로 날아가서 내 날개를 펴서 너를 받았다.
떨어지며 비명 지르는 너를 업고
하늘로 다시 높이 날아올랐다.
내가 홀로 너를 이끌었다.함께한 다른 신은 없었다.

...(중략)...

나는 너를 늘 주목하며 네 곁에 있다.
네 앞과 뒤와 좌우에 있다.
앞으로도 언제나 그럴 것이다.

한가지 생각할 게 있다.
과연 내가 너를 만난 것이냐?
네가 나를 만난 것이냐? 잘 헤아려 보아라.

한눈을 파는 눈과 감아버린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널 사모하고 사랑하는 나는 한 순간도 네게서 눈을 뗀 적이 없다.

인유야,내사랑!내자랑!내기쁨아!
나는 네 아름다움을 늘 주목한다.
네 안에서 자라나갈 그리스도의 모습을 주목한다.

지금은 네 모습이 추악함과 연약함으로 많이 상해 있지만,
예수의 신부된 네손을 내가 하늘에서 다시 잡는 날,
안개처럼 그 모습은 사라질 것이다.


네 실제를,영원한 세월동안 내가 보게 될 그리스도의 모습을,
네 실제 모습을, 그 아름다움을 나는 늘 주목해왔다.
나는 네게 내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걸어두고 있다.

인유야,이제 알겠느냐?
사랑은 목숨을 건 위험한 모험이다. 나는 십자가에서 이를 네게 보였다.
사랑과 심판이 기이하게 만나는 그 지점에서...나는 너를 찾았다.

이제 너를 이 사랑의 모험으로 부른다.
이 모험에서 너는 많은 수모와 환난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담대하라.네 안에 살아 있는 예수가 세상을 이미 이기었다."
(본문 118~123쪽)

놀랍게도 저자가 하나님과 나눈 대화는 "우울"의 터널을 지나며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음성과도 같은 것이었다. 철저하게 혼자서 모든 고통을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이 늘 그 자리에 함께하시며 내가 겪는 모든 감정들을 경험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삶의 어느 지점에 서 있든지 결코 혼자가 아님을 기억했으면 한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과 혼란이 다가 아니라는 것,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나를 향한 사랑은 부어지고 있으며 내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때 "우울"을 훨씬 가볍게 통과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특별히, 저자가 하나님안에서 "사실"과 "진리"에 대해 깨달은 부분들은 "우울"을 지나오는 동안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꼭 크리스쳔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실"과 "진리"에 대한 혼란과 오해는 이 땅을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 것으로 저자의 책을 통해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고통스럽고 이해되지 않을 때,누군가 그길을 먼저 지나온 사람이 
"다 괜찮아질거야.너는 지금 잘하고 있어.이제 거의 다왔는걸?" 하고 이야기해준다면,아마도 나는 마음 편하게 가던 길을 힘내서 계속 갈수 있을 것이다.아바의 팔베개는 우울의 터널을 지나며 힘들어하던 내게 그런 격려를 주었던 책이다. 그 격려를 신뢰할수 있었던것은 저자 자신이 극심한 우울의 터널을 통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책속에 나타난 그의 고통과 울부짖음 그것은 곧 내 경험과 같은 것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저자가 내가 지금 겪고있는 고통을 함께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통을 함께 한다는것, 내고통을 누군가가 이해하고 알아준다는것. 그것만큼 커다란 힘과 격려, 치유가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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