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들리고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천재적인 음악가가 만든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명화를 보여주더라도 그게 무엇인지 알지조차 못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고려가요나 용비어천가 같은 고문학을 배울 때 그 시대에만 사용하던 어휘를 익히고 작가가 처해있는 상황과 정치적인 상황 등의 시대적인 분위기까지 세세하게 공부한 이후에야 진정으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었던 경험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고문학을 배우기 위해서도 그만큼 노력했는데, 언어도 다르고 민족도 다른 이스라엘 역사인 성경을 제대로 읽기 위해 과연 나는 얼마나 시간을 들이고 공부하고 노력했었던가 돌아보게 되었다.
이스라엘에서 사역하시는 류모세 선교사님의 <열린다 성경> 시리즈가 생활풍습이야기 상.하권을 포함해 총 여섯 권이 출간되었다. 입소문을 통해서 익히 들어왔고, 2009년에는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기독교 부문 추천도서로 그 유명세를 알아왔지만 가끔 들리는 교회 서점에서 한 번씩 넘겨만 보았지 지금에 와서야 <열린다 성경> 시리즈를 읽어보게 되었다. 성경에 대한 이야기라기에 무작정 어려운 책이 아닐까, 공부하듯이 밑줄 쳐 가며 메모해 가며 읽어야만 하는 책은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쉽게쉽게 넘어갔다. 앞으로는 어떤 내용이 또 나올까 궁금한 마음에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한장 한장 넘겨가는 동안 내 입에서는 계속해서 "오~ 오~~ 오~~~~" 라고 쏟아지는 감탄사가 멈춰지지 않을만큼 그동안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지식들을 알 수 있었다.
평신도치고는 성경을 많이 읽어 왔다고, 나름 성경공부 좀 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내 나름대로 내 방식대로 해석해 왔던 부분들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매번 성경을 통독하면서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매번 번역본을 바꾸어 가며 읽어왔지만 그럼에도 뭔가 부족함을 느껴왔었고, 성경사전을 놓고서 함께 읽어가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시대의 문화적인 배경, 생활풍습들을 한권의 책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왜 그동안 <열린다 성경>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특히나 책 곳곳에 등장하는 삽화는 글로만 보고 상상해 왔던 성서시대의 옷이나 장신구 등의 생활 물건들을 보다 더 정확하고 친근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진이 아닌 펜터치가 느껴지는 삽화이었기에 더 친근함이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것 같다.
매일 읽고있는 성경말씀이 이 한권의 책을 통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론이 죽으면서 겉옷을 그의 아들에게 전해 준 것을 보며 예전에는 다른 물건도 아닌 왜 옷을 줬을까, 그냥 유산 같은 것일까 라고만 생각했을 텐데 <열린다 성경>을 읽고 나서는 "아, 맞어- 그 시대에 겉옷을 줬다는 건 아버지의 권위를 아들에게 물려준 거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생활풍습 상권에서는 의복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기에, 성경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이 옷을 찢는 행동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자신의 겉옷을 자신의 권위를 이어받을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이 단순한 의식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단 한권의 책만으로도 성경을 읽을 때 보여지는 것이 이렇게 달라지는데, 나머지 모든 시리즈를 다 읽고 나면 성경을 보는 통찰력이 얼마나 달라질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